이탈리아 로마는 도시 자체가 살아 숨 쉬는 박물관이다. 과거 로마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이곳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 것은 큰 축복이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이었다. 그저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와 이야기를 곁들여 아들과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자 했다.
1. 트레비 분수: 2,000년의 물길을 이어온 소원의 샘
트레비 분수에 도착하기 전, 아들과 나는 이곳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트레비 분수는 단순한 분수가 아니다. 로마 시대에 도시로 물을 공급하던 아쿠아 비르고(Aqua Virgo)라는 수로의 종착점이다. 무려 2,000년 전, 고대 로마인들은 이 수로를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받았고, 당시에도 이곳은 도시 생활의 중심지였다.
분수에 도착하자 아들은 압도적인 크기에 감탄했다. 18세기 초에 니콜라 살비가 설계하고,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이 바로크 양식의 걸작은 보는 이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중앙에 서 있는 네푸튠 신이 바다의 질서를 상징하며, 로마의 번영과 연결된다. 이 분수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로마 제국이 물길을 통해 얻은 힘과 부를 상징한다.
그리고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지는 전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분수에 등을 돌리고 진지하게 매우 진지하게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한동안 빌었다. 5가지 소원을 빌었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밤에 다시 찾은 트레비 분수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가이드를 통해 동전을 던질때 눈을 감지 않으면 무효라는 얘기를 듣고 낮에 던졌던 동전들이 다 무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다시 동전 2개를 던지며 한동안 소원을 다시 눈을 감고 진지하게 빌었다. 그 소원들이 모두 이뤄지길 엄마가 바랄께~
2. 스페인 광장: 18세기의 우아함이 깃든 계단
트레비 분수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 스페인 광장은 그 자체로 로마의 낭만과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광장에 도착하자 아들의 시선은 곧바로 스페인 계단(Scalinata di Trinità dei Monti)에 향했다.
스페인 계단은 18세기 초 프랑스의 도움으로 완성된 건축물로, 계단 꼭대기에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Chiesa della Trinità dei Monti)이 우뚝 서 있다. 당시 이 계단은 프랑스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계단 아래쪽에는 바르카치아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가 자리하고 있다. 이 분수는 1629년에 조각가 베르니니 부자가 설계한 것으로, 1598년 로마의 홍수 당시 테베레 강에서 떠내려온 작은 배를 형상화했다.
오는 길에 산 군밤을 먹으며 꼭대기에 도착하자 로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의 아름다운 파사드와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멋있었다. 나는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3. 역사와 함께한 가족의 추억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고대 로마의 기술력과 예술, 그리고 현대 로마의 일상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이곳의 역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것이 가장 소중했다.
아이와의 여행은 예상치 못한 질문과 상황들로 가득하지만, 그 덕분에 나 역시 그 장소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로마는 시간을 초월한 도시다. 고대부터 이어진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현대의 낭만을 잃지 않았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은 그 모든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아이와 함께한 여행이라 로마의 역사가 더 생생히 다가왔다. 다음번 로마 여행을 또 올 수 있다면,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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